# 오늘 리터러쳐 리뷰 수업 발표가 있었는데, 사실 non-assessed인데다가 5분 발표, 5분 질의응답이라 대충 때워도 되지만 한 번 나사 풀리면 미친듯이 풀어져서 아무 것도 안 하는 나의 습성을 내가 알기에, 게다가 어차피 해 놓으면 다 내 연구에 도움이 되는 거니까, 라는 마음으로 참으로 오랜만에 잠을 적게 자며 발표 파일을 만들었다. 약 2년 전부터 심적/신체적 건강을 최우선으로 치고 있는 터라 수면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잠 적게 자는 걸 매우 싫어하는 편인지라. 그리고 수업에 들어가니 반정도는 스크립트를 뽑아왔더라구. 그래서 어머나 하고 있는데 또 반 정도는 아예 날로 먹는거라, 그래서 그냥 긴장 놓았다. 어차피 난 두번째 발표라서 별로 신경쓸 것도 없기는 했지만.
# 그래서 오늘은 방에서 푹 쉬어야지 하고 오늘 밤에 있는 파티도 생략하고 있다가, 내년에 룸메이트를 할까 이야기하고 있는 친구와 3시간 넘게 스카이프 채팅으로 수다를 떨었다 맙소사. 우리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기 처음인데. 둘 다 필요한 부분만 딱딱 이야기하고 필요없는 잡설은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요 며칠 급 친해져서인지 너무나도 길게 수다떨고 말았다. 원래 계획은 한 10시경에 자는 거였는데, 벌써 12시가 넘었네. 남편도 멀리 떨어져 있고, 학업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외롭다고도 하고. 아니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안 힘들어하고 잠만 잘 자고 악몽도 안 꾸지? 다들 악몽 꾼다던데. 맙소사 내가 열심히 안하고 있는거야? 그렇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나만의 착각? 예전에 교수님 한 번 나온 것 빼고는 그렇게 악몽꾸지는 않았는데. 그렇지만 오늘 교수님의 쉬크한 "2" 답신을 보았으니 꿈 속에서 2가 동동 떠다닐지도 몰라.
# 내년에는 오늘 수다떤 일본 친구와 살게 될 듯. 스위스에서 학부를 하고 미국에서 석사를 하고 온 친구인데, 나이도 나와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는 것 같다. 대충 지나가면서 인사만 하거나, 같이 놀기만 해 본 친구라면 여러모로 불안한 점이 또 있겠지만, 인식론 조모임을 하면서 만난 친구라 여러번 그룹 디스커션도 하고, 둘이 밥도 몇 번 먹고 수다도 떨고 과제도 하고 하였으니 그래도 서로 많이 파악이 된 셈. 남편이 미국인인데 (코카시안은 아니고 중국인 2세) 한국어에도 관심이 있어서 기본적인 한국어를 알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나도 일본에 관심이 많고. 전에도 이야기는 나왔었는데 뭐랄까, 서로 '상대방이 싫어하는데 같이 살자고 하는 걸까 봐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했었는데, 오늘 직설화법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누구와 살게 되든 내년에 나가서 살게 되면 좋고, 안되면 지금 사는 곳도 좋으니 나쁘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대충 정해진 셈일까나. 같은 학과 같은 학년인데다가 둘 다 마케팅 디비전 안에 있어 더 좋을 듯 싶다. 물론 세부 리서치 관심분야는 다르지만.
# 확실히 방까지 구하고 계약한 건 아니지만 내가 방을 구한다는 말에 친구가'나도 껴달라'고 하고, 그에 대해 내가 긍정적인 대답을 하였으니, 그 친구가 무르기 전에는 일단 룸메이트를 대충 구한 것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일단 외국아이지만 동양인이라 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서 좋고, 서로가 서로의 문화와 나라에 대해 관심이 크니 그것도 훌륭하고. 결혼은 하였지만 남편이 미국에 있으니 집에 남자를 데려올 일도 없고,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외국애들이 남자친구들 데려와서 시끄럽게 구는 것에 질려버린 나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조건. 물론 안 그런 여자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알뜰살뜰하고 굉장히 돈을 아끼는 성격이라 같이 살 때 낭비하거나 지저분하거나 해서 생기는 문제도 없을 듯하다. 물론 살아봐야 알겠지만! 내년부터 나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마음도 굳히고 집도 슬슬 알아보게 되고 하니 좋네. 이제 문제는 얼마나 만족스러운 집을 찾는가 하는 점. 그리고 친구와 궁합이 잘 맞기를 바랄 뿐.
# 우렁이가 와서 본인이 와있는 동안 하루에 한번 외식을 하자고 해서, 새로운 레스토랑들을 시도해 보았다. 내가 맨날 영국은 물가가 비싸서 점심 저녁 사먹으면 금방 몇파운드라 한국처럼 먹고 살기 힘들다고, 커피 마시고 밥 밖에서 사먹으면 한달에 식비만 몇파운드가 든다는둥 이야기하며 집에서 밥짓기를 선호하자, '그토록 불쌍할수가'하고 와서 외식을 열심히 시켜준 착한 우렁이. 그렇지만 나 평소에도 말만 그렇지 매우 잘 먹고 살았는데, 라고 이야기 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벌벌 떠는 불쌍한 원생' 이미지가 박힌 듯. 트렁크 한가득 내 생필품을 가져와주었다. 형광펜, 하이텍씨, 옛날에 차 트렁크에 두고 간 플랫슈즈, 우렁이 주소로 주문해 놓은 책, 컵라면 십여개와 햇반 십여개, 면세점에서 부탁한 것들, 아이폰 케이스, 그리고 우렁이 어머니께서 챙겨주셨다는 홍삼 절편들과 기타등등.
# 그리고 우렁이와 테스코에서 몇가지 산 것들.

내가 진짜 바보 같은 게, 샴푸하고 컨디셔너를 산다고 해놓곤, 컨디셔너만 두 개 사왔다. 어차피 컨디셔너는 머리가 길어서 헤프니, 환불은 그만두고 샴푸나 하나 더 사야지 하고 다음날 또 가서 샴푸를 사기는 했지만, 이미 하루 사이에 큰 사이즈 샴푸는 다 나가고 작은 사이즈밖에 남지 않았다는 슬픈 사실..
그리고 사온 음료들. 가장 오른쪽은 니만 마커스 식료품 코너에서 사온 건데, 방에서 물병으로 쓰려고 내용물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사온 것에 비해 내용물(맛이 첨가된 스파클링 워터)이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막상 물을 넣어보니 1L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아 약간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중간은 그냥 먹고 질리면 뱅 쇼 해 먹어야지 하고 사 온 포트 와인인데, 요새 포트 와인에 빠져서 오픈하고 바로 한 병 다 마셨다. 20%라는게 믿기지 않아. 술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싼 정도. 하지만 조금씩 할인하는 품목들이 있어 전체적으로 한국보다는 싼 것 같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확은 Mumm. 뵈브클리코 옐로브뤼보다 약간 더 비싼 앤데, 몇 파운드 할인해서 약 20파운드 초반에 구매. 한국 백화점에서 옐로브뤼 거의 10만원에 산 걸 생각하면, 양호. 일이 많아서 아직 못 마셨고, 우렁이가 런던에서 컴백하면 오픈할 예정.

원래 한국에서 하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섯잔은 거뜬히 마시던 내가 '방 냉장고가 작아 얼음이 얼지 않는다', '근방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이 없다', '학교 안에 카페 커피가 맛이 없다', '커피값이 너무 많이 든다' 등등의 이유로 커피를 부득이하게 줄이자 한국에서 커피를 생명줄로 여기던 나의 피치못하게 변한 모습이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원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주어야겠다 하고 왔다가, 내가 유지 보수가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tkmaxx에서 장을 보다가 이 에스프레소 추출컵을 사려 하자 '내가 사줄게'하고 결제해 줌. 근데 우렁아 고맙긴 한데 내가 사려고 했거든, 이거 tkmaxx 세일해서 5파운드밖에 안하는데... 머신은 최소 100-150파운드인데, 5파운드에 쇼부라니! 내심 기뻤을 듯. 그나저나 한국에서 약 15만원 주고 산 거 생각하면 참 가슴 아프다. 게다가 한국건 2인용이고 이건 3인용 사이즈인데! 물론 브랜드가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싼 것도 백화점에서 1인용 사이즈 거의 10만원 했던 것 같은데. 여튼 오는길에 원두도 사왔다. 시티센터의 테스코에서 약 5파운드. 나 저 컵으로 에스프레소 뽑는 거 좋아하는데, 야호. 이제 텀블러에 아메리카노 해서 넣고 다녀야지. 물론 원두는 내가 샀다. 원두 가격과 컵 가격이 비슷.
# 그나저나 한국에도 아이폰이 풀렸다길래 쥐마켓에 들어갔더니 역시나 아이폰 케이스를 팔더라. 가격도 영국보다 저렴하고 디자인도다양해서 하나 사서 우렁이 주소로 배송해 두었었는데, 이건 보기만 해야지 만지면 안돼, 싼티가 막. '오 폰 옷 갈아입었네' '한국에서 산건데 한국이 싸긴 싸더라.' (만져봄) '재질감이..' '싸잖아..' 음. 역시 반드시는 아니라도 대부분은 가격이랑 비례한다니까. 예전에 쓰던 핑크색 케이스가 때타서 잠시 옷을 갈아입혔는데, 씻기고 다시 갈아입혀줘야겠다. 영 재질감이. 옷도 불안하게 입고.
이것이 바로 주문한 케이스. 바닥은 무광 블랙 실리콘 비슷한 재질이고, 위는 금색인데 얼핏 보기에는 모토롤라 느낌도 나고 튼튼해 보이지만, 만져보면 음. 아래에 있는 책은 우렁이에게 부탁해서 한국에서 공수한 책인데, 원서가 차라리 낫다. 난 그래도 괄호 하나 치고 영어 단어도 넣어줄 줄 알았더니, 영어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게, 무슨 단어가 무슨 뜻인지 찾는게 오히려 더 오래 걸릴 듯. 그냥 도서관 가서 책 빌리고 말지. 한국에서부터 먼걸음 한 책인데, 안타깝다.